여행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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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플로드, 캐나다 퀘벡 여행여행기행 2023. 3. 16. 07:06
여행을 몰랐던 시절, ‘메이플 로드(Maple Road)’를 단순히 고유명사로 여긴 적이 있다. 장소와 장소를 잇는 ‘단풍길’이겠거니했다. 막연하고 무심하고, 어쩌면 무식하다고 해도 할 말 없는 생각이다. 그래도 가을만 되면 어김없이 메이플로를 한 번쯤 읊조리고는 했다. 국기에 새겨진 캐나다의 상징, 캐나다 여행의 종착지…. 뉴스에서, 잡지에서, SNS에서 굳이 찾지 않아도 보게 된 단어가 메이플 로드였다. 메이플 로드는 단순히 길을 뜻하지만은 않는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퀘벡시에 이르는 800km의 숲길을 포함해, 길이 지나는 도시와 국립공원, 강과 호수와 섬 곳곳을 아우른다. 기차를타고 단풍길을 달리는 아가와 캐니언 코스, 바다와 맞닿은 단풍 명소이자 의 배경이 된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사이는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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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기운 가득한 해남 여행, 초의선사 발자취 일지암, 청매실농원여행기행 2023. 3. 14. 08:12
녹차는 4월 말경 차나무에서 딴 여린 잎을 덖어 우린 것을 최고로 친다. 추운 겨울을 견디고 막 자란 새잎이 향도 진하고 맛도 좋은 이유다. 차나무는 은근히 까다로워 한겨울에 기온이 너무 떨어져도 안 되고, 강한 볕이 바로 내리쬐는 것보다 은은한 볕과 적당한 습도가 있는 환경에서 잘 자란다. 뿌리가 곧아서 돌이 많은 척박한 땅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보성과 하동, 제주 등 사계절 따듯한 남도 몇 곳의 너른 차밭이 유명하다. 그리고 또 한 곳, 보물 같은 차의 고장이 전남 해남이다. 사실 해남은 우리나라에 차 문화를 부흥시킨 초의선사와 인연이 깊은 곳으로, 차 역사가 시작된 본고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설렘 가득한 이 계절, 홀리듯 땅끝 해남을 찾았다. 꽃향기 가득한 해남 땅끝마을까지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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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마운트이든,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타우포호수, 레드우드수목원여행기행 2023. 3. 1. 20:37
지난 여행의 추억을 곱씹으며 다음 여행을 기다리길 여러 날. 김영하 작가의 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가슴 속에 박힌다. 일상사가 번다하고 자잘한 일에 치여 골치 아플수록 여행은 삶의 숨통을 터준다. 하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상마저 멈춰 선 지 오래. 일상 속에서 일상의 부재를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견조차 힘들다. 우려와 희망이 교차하는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부재의 빈자리를 묵묵히 메우는 것뿐이다. 괴롭지만 우리 모두가 견뎌야 하는 일. 조금 울적해진 마음의 처방약은 노트북에 저장된 여행 사진으로 대신했다. 사진 속의 나는 투명한 호수를 배경으로 폴짝 뛰어오르고, 엄지를세운 채 스카이다이빙을 만끽 중이다. 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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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를 거닐다, 중동성당, 공산성, 공주하숙거리여행기행 2023. 2. 26. 09:18
여행에서 역사를 배제할 수 있을까. 쇼핑이나 공연, 문화 예술 같은 콘텐츠가 풍부한 대도시라면 가능할지 몰라도 소도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변화가 더딘 만큼 과거가 미처 스러지기 전에 오늘이 와버린다. 폭풍우가 몰고 온 파도는 해변을 냉큼 삼켜 뒤집어놓고 가지만, 미풍이 떠미는 잔잔한 파도는 모래사장에 스며들듯 왔다 간다. 잔잔한 해수면에 모래는 쓸려갈지언정 자갈은 남는 것처럼 시간의 자취가 켜켜이 겹치는 게 소도시의 흔한 풍경이다. 공주에도 과거와 더 먼 과거가 혼재해 있다. 삼국 시대부터 현재까지 1,500년 이상의 역사가 겹치고 겹쳐 머물러 있다. 그렇다고 거창하거나 웅장한 모양새는 아니다. 송산리고분군이나 공산성 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백제 시대 유적지도, 100년 역사의 건축물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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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섬 기행, 암태도, 자은도, 팔금도, 안좌도여행기행 2023. 2. 24. 13:49
신안은 전라남도 남서부 해역 1,0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군이다. 지도를 펼치니 저마다의 매력으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섬이 많다. 태곳적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홍도, 12사도 순례길로 이국적인 풍광을 자랑하는 병풍도, 아름다운해변과 역사적으로 유서 깊은 명소로 가득한 하의도와 비 금도, 바람이 쌓은 모래언덕 풍성사구로 유명한 우이도…. SNS를 뒤져보니 가보고 싶은 곳이 너무 많지만 1박 2일의 짧은 일정으로는 어림도 없을뿐더러 여행자에게는 발걸음 코스를 짜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욕심을 버리고 섬이지만 다리가 놓여 배를 타지 않아도 이동할 수 있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최근 일명 ‘보라섬’으로 뜨고 있는 중부권과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갯벌 염전이 펼쳐진 북부권 일대를 둘러보기 위해 남도의 섬, 신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