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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마운트이든,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타우포호수, 레드우드수목원여행기행 2023. 3. 1. 20:37반응형
지난 여행의 추억을 곱씹으며 다음 여행을 기다리길 여러 날.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와 가슴 속에 박힌다. 일상사가 번다하고 자잘한 일에 치여 골치 아플수록 여행은 삶의 숨통을 터준다. 하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일상마저 멈춰 선 지 오래. 일상 속에서 일상의 부재를 겪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언제 끝날지 예견조차 힘들다. 우려와 희망이 교차하는 현실 속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부재의 빈자리를 묵묵히 메우는 것뿐이다. 괴롭지만 우리 모두가 견뎌야 하는 일. 조금 울적해진 마음의 처방약은 노트북에 저장된 여행 사진으로 대신했다.
사진 속의 나는 투명한 호수를 배경으로 폴짝 뛰어오르고, 엄지를세운 채 스카이다이빙을 만끽 중이다. 뉴질랜드의 풍광이 손에잡힐 듯 노트북 화면 너머로 아른거린다. 차갑지만 상쾌한 바람을 타고 은은한 풀잎 향이 코끝에 맴돈다. 흐릿한 잔상은 또렷해지고, 지친 몸과 마음에 한 줄기 볕이 든다. 영화의 엔딩 크레딧처럼 현 상황에 마침표가 찍힌다면, 한달음에 자연의 품속으로 뛰어들 테다. 물론 그곳이 뉴질랜드가 되리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섬 해안선을 달리다,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세련된 고층 빌딩과 푸릇푸릇한 잔디로 뒤덮인 마운트 이든(Mount Eden), 항구 곳곳에 정박된 수많은 요트에서 여유와 풍요가 느껴지는 오클랜드는 뉴질랜드 북섬의 중심지다.
또 캠퍼밴 여행객이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자동차 시동을 켜고 본격적인 로드 트립의 첫발을 떼는 도시기도 하다. 북섬 여행의 빛나는 주인공이 로터루아라면,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PacificCoast Highway)는 매력적인 조연이다. 오클랜드를 출발해 코로만델(Coromandel)을 지나 타우랑가(Tauranga), 호크스 베이(Hawke’s Bay)를 거쳐 네이피어(Napier)까지 이어지는 루트는 북섬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 절경을 품고 있다.
오클랜드 동쪽에 자리한 코로만델의 명소는 영화 <나니아 연대기>의 촬영 장소 중 한 곳인 캐시드럴 코브(Cathedral Cove)와 핫 워터 비치(Hot Water Beach)다. 캐시드럴 코브는 이국적인 해변과 어우러진 아치 형태의 흰 바위 터널로, 미지의 영역으로 통하는 성스러운 관문을 연상시킨다.모래사장 아래로 온천수가 흐르는 핫 워터 비치는 썰물로 물이 빠진 해변에서 이색적인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삽으로 모래를 파내기만 하면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근사한 야외 온천탕이 완성된다.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도시, 타우랑가는 ‘풍요로운 만’을 뜻하는 베이 오브 플렌티(Bay of Plenty)의 중심이다.
키위, 아보카도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과수원과 농원이 드넓게 펼쳐지고, 수제 맥주와 신선한 수산물까지 풍부해 미식 여행지로 손색없다. 1년 내내 서퍼가 끊이지 않는 휴양지, 마운트 마웅가누이(Mount Maunganui)도 지척에 자리한다. 뉴질랜드 최대 와인 산지 중 하나인 호크스베이는 자전거를 타고 와이너리 곳곳을 탐방하는 와인 투어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또 세계 최고의 아르데코 건축물 보존 지역으로, 건축 여행지로도 인기다. 호크스 베이 전경을 파노라마로 조망할 수 있는 테 마타 피크(Te Mata Peak)는 퍼시픽 코스트하이웨이의 완벽한 피날레로, 가슴 뻥 뚫리는 환상적인 전망이 일품이다.응축된 자연의 숨결
북섬 중앙에 있는 타우포(Taupo) 호수 주변은 여전히 화산이 꿈틀댄다. 특히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진흙탕과 간헐천, 온천 휴양지가 밀집한 로터루아는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지열 지대다. 남반부 최대 크기의 포후투 간헐천(Pohutu Geyser)은 1시간 간격으로 뜨거운 물을 분출하는데, 때로는 30m까지 높이 솟구친다. 포후투 간헐천과 진흙이 들끓는 테 푸이아(Te Puia) 지열 지대, 그리고 마오리족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민속촌이 자리한 ‘화카레와레와(Whakarewarewa)’는 로터루아 대표 관광지다.로터루아 호수를 바라보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폴리네시안 스파’도 빼놓을수 없는 즐거움이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유명한 온천으로, 지하에서 직접 분출되는 광천수와 유황 진흙을 이용한 마사지 체험이 이채롭다.
콤콤한 유황 냄새를 벗어나 싱그러운 숲 향기로 가득한 레드우드 수목원(The Redwoods–Whakarewarewa Forest)에 들어서자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기분이다. 하늘을 가릴 듯 높이,빽빽하게 숲을 채운 메타세쿼이아는 공룡이 살던 중생대부터 현존해 온 화석식물로, 이곳에서 영화 <쥬라기 공원>을 촬영한 것도 우연은 아니다. 숲속 깊이 들어서면 세계 각국의 침엽수림을비롯해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상징물 ‘실버 펀(Silver Fern)’이 신비함을 더한다. 무려 10m까지 자라는 거대 고사리로, 앞면은 일반 고사리와 같은 초록색을 띠지만 뒷면은 은은하게 빛나는 은색이다. 짧게는 15분, 길게는 8시간이 소요되는 수목원의 워킹코스 가운데 나무 위를 산책하는 트리워크가 특히 인기다. 세계적인 조명 디자이너가 제작한 등불 30개가 불을 밝히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야간 체험도 즐겨볼 만하다.반응형'여행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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