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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합천여행, 해인사, 합천영상테마파크, 황매산
    여행기행 2023. 5.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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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팔만대장을 만난다

     

    합천 해인사는 국가를 넘어서 세계적으로 보호하고 기념하는 유적이다. 초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거듭 배우고 익힌 그 이름, <팔만대장경>이 여기 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정식 명칭은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이다. 고려 왕조의 후원으로 제작한 고려대장경판과, 해인사가 고려대장경을 보완하기 위해 자체제작한 제경판을 한데 이르는 명칭이다. 그 수가 무려 8만 장 이상이기에 ‘팔만대장경’으로 부른다.

     

    성보박물관을 지나 해인사로 오르는 길, 한국인보다 외국인을 훨씬 더 자주 마주친다. 단체 관광 무리부터 가족, 커플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추측건대, 인근 대도시인 대구나 진주를 거쳐 오지 않았을까. 합천은 기차역이나 공항이 없어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발걸음한 이들을 보니, 미디어에서만 듣던‘세계적인 문화재’의 위상을 실감한다.
    팔만대장경을 보호하는 장경판전은 고요했다. 문살 너머 어둠을 응시해야 대장경이 어슴푸레 보인다. 통풍이 무척 잘되는 구조다. 쥐도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공간임에도, 또 이끼가 자라기 쉬운 목판임에도 7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해충이나 곰팡이 피해는 없었다. 소금물에 나무판을 절이고 옻칠을 하는 등 목판을 보호하기위한 수많은 공정 덕분이다. 또 하나, 겉에서 볼 수 없는 숨은 비결이 있다. 바로 바닥. 땅을 깊이 파고, 숯과찰흙, 모래, 소금, 횟가루 등을 채웠다. 대기가 건조하면 소금과 숯이 습기를 내보내고, 눅눅하면 빨아들이며 습도를 조절한다. 그 덕분에 대장경은 사계절 뽀송뽀송한 환경에서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팔만대장경에 얽힌 이야기를 다 풀어내려면 이 책 한 권을 통틀어 다 채워 써도 모자란다. 물론 해인사 안내판을 통해 역사적 의미를 대강은 알 수 있지만 한계가 있다.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의 깊은 이야기는 해인사에서10분 거리 대장경테마파크에서 일목요연하게 접할 수 있다. 화려한 미디어아트와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어아이와 함께 즐기기 좋다.

     

     

    합천영상테마파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조선총독부까지 30초, 마포에서 서울역까지는 5분, 192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는 30분.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는 시공간이 맞붙어 있다. 2003년<태극기 휘날리며> 촬영 세트장으로 조성했다가 이듬해 테마 관광지로 개장한 곳이다. <미스터 션샤인>, <변호인>,<택시운전사>, <도둑들> 등 내로라하는 흥행작과 많은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명소다. 벽돌부터 간판까지 당대 모습 그대로인 듯하나 허물어진 틈 사이로 속임수가 드러난다. 표면만으로는 벽돌 그 자체이지만, 가장자리에 살짝 드러난 뒷면은 합판이다. 시멘트로 마감한 옥상도 갈라진 단면으로 스티로폼이 보인다. 내부는 판자와 각목으로 어수선한 편. 촬영할 때마다 새롭게 보수하고 내부를 꾸미기에, 최근 촬영한 구역과 안 쓴 지 오래된 구역이 선명히 구분된다. 시간 여행을 하며 세트장만의 특징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청와대 세트장도 있다. 메인 세트과 좀 떨어진 산 중턱에 지어놨다. 15분가량 데크 깔린 숲길을 걷거나, 모노레일을 타고 유유히 오를 수 있다. 경사는 제법 가파른 편이다. 

     

    걸어서 간다면, 쇄골 언저리까지 숨이 차오를 때쯤에야 멀리 청와대의 푸른 기와지붕을 볼 수 있다. 청와대 세트장은 실제 청와대를 68% 축소해 지었다. 스티로폼이나 합판으로 대강 지은 아랫동네와 달리 대리석타일과 원목 기둥, 화강암 외벽 등이 모두 진짜다. 대통령 집무실과 세종실(국무회의실) 등 내부 공간도 실제와거의 동일하게 만들었다. 대통령 집무실의 큼직한 사무용 의자에 앉아 전화를 받는 연출 샷을 찍는 게 필수 코스. 미디어아트를 연출한 공간에서도 제법 화려한 사진을 남길 수 있다. 청와대 세트장에서 내려올 때는 살금살금 걸어보길 추천한다. 길목에 목재문화체험장과 분재 온실 등이 말쑥하게 꾸며졌다. 국내 최장 미끄럼틀은 다 큰 어른이 더 좋아한다. 걸어 내려오는 시간이나 모노레일로 내려가는 시간이나 별 차이가 없다. 청와대 세트장을 포함해 합천영상테마파크를 구석구석 다 돌아보면 2시간쯤은 훌쩍 지난다. 곳곳에 식당과 카페도 있어 쉬엄쉬엄 머무르기 좋다. 의상 대여 공간도 있다. 개화기 정장이나 교복, 교련복 등은 색다른 추억을 선사한다.

     

    5월엔 황매산으로

     

    5월과 11월에는 황매산에 가자. 특히 5월 이맘때는 꼭 가봐야 한다. 철쭉이 붉은 꽃을 피울 즈음, 황매산 8부 능선부터 정상까지 붉디붉은 융단이 깔린다. 황매산은 해발 800m 고지까지 도로가 매끄럽게 나 있고, 주차장과 함께 오토캠핑장도 조성돼 있다. 캠핑장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예약 경쟁이 제법 치열하다. 등산객 사이에서는 주봉 넘어 삼봉과 상봉을 찍고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4시간가량 코스가 인기다. 철쭉 사이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면, 화려한 꽃밭 너머로 짙푸른 합천호와 멀리 높고 낮은 산봉우리가 이어지고, 가야산까지 펼쳐진다. 철쭉 평원이 넓고 완만해, 달리고 구르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쨍한 봄볕 아래 사람도, 나무도, 꽃도 반짝인다. 상당히 많은 사람과 자동차가 몰려왔지만 혼잡하지 않을 만큼 넓다. 사방이 트여 있으니 마음도 넉넉해진다.


    산에서 내려와 호수로 향했다. 인스타그램 ‘핫플’ 중 하나인 카페에 들렀다. 황매산 철쭉이 조물주가 채색한 열정의 붉은 물감이라면, 이곳은 사람이 빚어낸 연분홍 상자다. 선인장, 야자수, 짙푸른 호수와 쨍한 정오의 햇볕까지 오아시스의 구성 요소를 다 갖췄다. 연인끼리 온다면 사랑이 물씬 피어오를 분위기다. 여기저기 오가며 사진을 찍든 고요히 앉아 풍광을 감상하든 느긋하고 충만하다. 커피만 마셔도 특별한 하루를 합천에서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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