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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의 천문학 역사, 천문유적
    문화예술뉴스 2023. 3.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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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문도 조선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우리나라의 천문유적

     

    “백성은 나라의 근본이니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평안하게 된다.” <세종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생각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천문학이 과학에 갇히는 순간 별과 천체는 일상과는 별개로 여기며, 오직 천문학자의 연구 대상으로 전락하고 만다. 우리 선조가 천문학에 부여한 상상력은 다양 하고도 심오하며 인간의 삶에 깊게 새겨져 있다. ‘천심(天心)은 민심(民心)’이라는 말로 우리 민족은 하늘과 백성을동일시했다. 그래서 하늘을 연구해 당시 농사에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려 했는데, 그 흔적 중 하나가 하늘을 관측하는 천문 관측대다. 경주 첨성대는 선조의 천문 활동을 증명하는 유적으로 현존하는 최고의 천문대다.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는 일식과 월식, 혜성의 출현 같은 천문 기록 260여 개가 소중한 천문 유산으로 기록돼 있다.

     

    고려 왕실의 천문 관측대인 개성 첨성대는 신라에 이어 꾸준히 천문 관측 활동이 이어졌음을 알려주는 유적으로, 삼국 시대보다 더 체계적이고 정밀한 천문 관측을 통해 무려 5,000 여 개의 관측 기록이 남아 있다. 삼국 시대 관측 기록에 비해 월등한 양으로, 고려의 천문 역량이 삼국을 거쳐 더욱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 세종이 왕위에 있던 시기에는 측우기, 앙부일구, 자격루 같은 조선의 과학 역량을 상징하는 천문 관측기구가 연이어 제작됐다. 이 시기는 조선 천문학의 르네상스 시대로 빛나는 천문학적 성취를 이뤄낸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과학적 강우량 관측이 1639년에 이루어진 것에 비해 세종의 측우기는 1442년에 요지에 설치되어 전국의 강우량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획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당시 강우량은 농사의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쳤기에 전국에서 보고되는 강우량을 근거로 합리적 조세 정책까지 펼 수 있었다. 또  농경 사회에서 시간은 매우 중요한 데이터로 우수한 성능의 해시계(앙부일구)와 물시계(자격루) 개발에 매진, 과학자 장영실이 개발한 앙부일구는 지금의 광화문 부근에 있던 혜정교와 종묘 앞에 설치해 백성이 편하게 때를 알게 했다. 앙부일구는 세계 유일의 오목형 해시계로 당시로는 획기적인 공중용 시계였는데, 이후 휴대용으로도 제작되어 대중에 전파되었다. 해가 진 후 시간을 알 수 있게 하는 자격루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정해진 시간에 종과 징 그리고 북이 울려서 때를 알게 하는 자동 물시계는 당시 과학력의 놀라운 성취였고, 과학자 장영실의 천재성을 증명한 쾌거였다.

     

    이런 기술을 바탕으로 조선의 농민은 과학적인 영농 활동을 할 수 있었고, 하늘을 연구해 땅과 사람을 이롭게 하는 천지인의 애민 정치를 실현할 수 있었다. 

     

    천재 천문학자 김담과 이순자 

     

    세종의 대표적 치적으로 손꼽히는 <칠정산>은 해와 달 그리고 5개 행성의 위치를 계산해서 1년을 365.2425일로 규정한 조선의 역법 체계를 담고 있다. 조선의 환경에 기초해서 자주적으로 편찬한 최초의 역서로 평가받는다. 그 당시 중국을 기준으로 삼은 역법으로는 우리 상황에 맞지 않아 많은 오차가 발생했다. 이에세종은 정확한 역법을 도출하기 위해 정밀한 천체 관측 기구를 완성해 조선의 하늘을 보다 정확하게 관측하고, 비로소 우리 현실에 적합한 역법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효종 때 서양력인 시헌력(時憲曆)이 들어오기 전까지 <칠정산>의 역법은 우리의 유일한 역법 체계였는데, 이는 천문학자 김담과 이순지가 없었다면 아마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김담은 <조선왕조실록>에 혜성 연구에관한 풍부한 기록을 남긴 학자로, 르네상스 시대의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보다 초신신성을 더욱 정교하게 연구해 가치 있는 기록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칠정산>을 펴내는 데에 함께 참여한 이순지 역시 당시 천문학의 스승으로 칭송받은 능력 있는 학자였다. 그는 천문 관리인 선발 시험의 교재 <교식추보법>의 저자이자 천문학 관료를 선발할 때 필수 암기 서적으로 쓰인 <천문유초>의 편찬자이기도 하다. 

     

    나전칠 바둑판과 바둑알상자 -국립중앙박물관

     

    하늘지도 천문도

     

    천문도는 별자리의 위치를 그려놓은 하늘의 지도다. 그중 고구려의 천문도를 바탕으로 돌에 새긴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선조의 우주관을 엿볼 수 있는 기념비적 천문 유물이다. 조선 태조 4년에 제작한 이 지도는 별자리 208개를 포함해 별 1,467개를 밝기에 따라 다른 크기로 그렸는데, 세계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이 천문도는 현대 천문학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천문학 지식이 담겨 있다는 점이 놀랍다. 

     

    이 지도의 제작 유래는 유학자 권근이 천상열차분야지도에 남겼지만, 지도의 내용이 너무나 정교해 오히려 고구려와 조선 때 천문 지식수준이 아니라고 부정하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의 과학으로 당시 밤하늘을 재현한 결과 이 천문도가 고구려 천문도를 참조해 천문도 중앙 부분을 한양에서 관측, 수정·제작했다는 권근의 유래와 일치하는 점이 밝혀졌다.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외곽은 당시 고구려의 하늘이, 중앙에는 조선의 하늘이 펼쳐진 것이다. 예부터 즐기던 놀이인 바둑이나 윷놀이에도 천문 사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리적으로 본다면 바둑판은 가로 19줄, 세로 19줄로 교차점 361개가 있지만, 북극성을 상징하는 바둑판 맨 위의 점인 천원(天元)을 빼면 별들이 움직이는 360도수를 바둑판에 구현한 천문도라고 할 수 있다. 바둑판의 기본이 되는 화점(花點) 역시 천원을 빼면 입춘, 춘분, 입하, 하지, 입추, 추분, 동지, 입동을 의미하는 8개다. 설 명절 때 주로 하던 윷놀이는 우리 민족 고유의 유희다. 주로 새해 운세를 점치며 놀이를 즐겼는데, 윷놀이판 역시 북극성을 중심으로 계절별 북두칠성인 북방현무, 서방백호, 남방주작, 동방청룡을 위치해 하늘을 옮겨놓은 구조다. 우리가 재미로 던지는 윷가락 속에도 우주의 원리와 신비가 담겨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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